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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영 교수의 “족부학으로 읽는 발과 신발, 그리고 맞춤형 수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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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10.14 19:51
 ▲ 좋은 신발은 발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한다.
 
 
 
◉ 족부 기능해부학과 생체역학으로 살펴보는 발의 구조와 보행의 원리
 
신발은 발을 보호하는 도구이면서 인간의 이동을 돕는 생활용품이다. 그러나 발의 구조와 기능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은 채 신발의 크기와 외형만으로 적합성을 판단한다면 신발이 발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 개인 맞춤형 수제화의 출발점은 신발을 만드는 기술에 앞서 발을 이해하는 학문적 접근에 있다.
 
족부학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핵심 분야는 기능해부학(Foot Functional Anatomy)과 생체역학(Foot Biomechanics)이다. 기능해부학은 발을 구성하는 뼈와 관절, 인대, 근육 및 근막이 어떤 구조적 관계를 이루는지 살펴보며, 생체역학은 체중이 실리고 보행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발에 어떤 힘이 작용하고 발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분석한다. 이 두 분야를 함께 이해해야 발의 외형과 실제 기능을 구분해 살펴볼 수 있다.
 
성인의 발은 일반적으로 26개의 뼈로 구성되며, 기능적 관점에서는 후족부(Rearfoot), 중족부(Midfoot), 전족부(Forefoot)로 구분한다. 후족부는 체중 부하와 지면 접촉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중족부는 발의 구조적 연결과 아치 기능에 관여하며, 전족부는 보행 후반부의 하중 전달과 추진 과정에 참여한다. 이들 부위는 서로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관절과 인대, 근육 및 근막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발의 아치 역시 단순히 발바닥이 오목하게 들어간 형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내측 종아치(Medial Longitudinal Arch), 외측 종아치(Lateral Longitudinal Arch), 횡아치(Transverse Arch)는 체중을 지지하고 하중을 분산하며 보행 중 발의 변형을 조절하는 데 관여한다. 특히 족저근막(Plantar Fascia)은 발의 아치 기능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며, 발가락의 배측굴곡(Dorsiflexion)에 따라 족저근막의 장력이 변하는 윈드래스 기전(Windlass Mechanism)은 보행 후반부의 발 기능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개념이다.
 
걷는 동안 발은 고정된 구조물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지면에 처음 닿는 순간부터 체중을 받아들이고, 신체를 지지하며, 다음 발걸음을 위해 지면을 밀어내는 과정에서 발의 관절 운동과 연부조직의 장력이 계속 변화한다. 이 과정에서 지면반력(Ground Reaction Force), 족저압(Plantar Pressure), 관절 운동학(Joint Kinematics) 등의 개념이 중요해진다. 족저압은 발바닥의 특정 부위에 압력이 어떻게 분포하는지를 보여주며, 관절 운동학은 보행 중 관절의 움직임과 각도 변화를 분석한다.
 
이러한 지식은 수제화 제작에도 직접적인 의미를 갖는다. 발의 길이가 같더라도 전족부의 너비와 발등의 높이, 뒤꿈치의 형태, 발가락의 배열은 사람마다 다르다. 정지 상태에서 비슷해 보이는 두 발도 보행 중에는 하중을 받는 방식과 움직임이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신발의 적합성을 판단할 때는 발의 크기뿐 아니라 형태와 기능, 신발 내부 공간 및 사용 목적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족부학적 접근은 발을 특정한 모양으로 분류하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각 개인의 발이 어떤 구조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 움직임 속에서 그 특성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이해하는 데 목적이 있다. 발을 이해하는 만큼 신발의 설계 근거도 구체화될 수 있다.
 
좋은 맞춤형 수제화는 아름다운 외형이나 정교한 바느질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발의 해부학적 구조를 이해하고, 보행 중 발생하는 하중과 움직임을 고려하며, 이를 신발의 형태와 구조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결국 신발을 잘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신발을 바라보는 기술자의 시선을 발 자체로 돌리는 데 있다.
 
 
 
  ▲ 발의 치수를 재는 일은 숫자를 기록하는 것 이상이다.
 
 
 
◉ 족부 형태계측과 측정 신뢰도, 개인 맞춤형 수제화의 과학적 출발점
 
 
개인 맞춤형 수제화 제작에서 발을 측정하는 과정은 단순히 길이와 너비를 재는 작업이 아니다. 측정된 자료가 신골 설계와 신발 내부 공간을 결정하는 기초가 되기 때문에, 어떤 항목을 어떤 조건에서 측정했는지에 따라 제작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족부 형태계측(Foot Anthropometry)은 발의 형태를 정량적 자료로 전환해 신발 설계에 활용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일반적으로 발 계측에서는 발 길이(Foot Length), 전족부 너비(Forefoot Width), 중족골두 둘레(Ball Girth), 발등 둘레(Instep Girth), 뒤꿈치와 발목 주변의 치수 등을 주요 항목으로 다룬다. 제작 목적에 따라 발등 높이, 발가락의 길이와 배열, 뒤꿈치 너비 및 발바닥 윤곽도 기록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측정 항목마다 의미가 다르다는 사실이다. 발 길이는 신발의 길이 방향 치수를 결정하는 기본 자료지만, 발 길이 하나만으로 전족부의 압박이나 발등의 여유 공간, 뒤꿈치의 고정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
 
신발 치수 연구에서도 여러 형태 변수를 함께 살펴보는 접근이 중요하게 다뤄져 왔다. Cheng과 Perng의 연구는 신골 설계를 위한 발 크기 정보 체계를 제안하면서 발 길이와 중족골두 주변 둘레를 주요 변수로 검토했다. Wang의 연구 역시 발과 신골의 적합성을 분석하면서 중족골두 둘레와 발등 둘레 등 여러 치수를 함께 평가했다. 이러한 연구는 신발 적합성을 하나의 숫자로 환원하기보다 복수의 형태적 특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측정의 신뢰도(Measurement Reliability)도 빼놓을 수 없다. 같은 발이라도 측정 자세와 체중 부하 상태, 측정 기준점, 도구의 종류 및 측정자의 숙련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앉은 상태에서 측정한 발과 체중을 실어 서 있는 상태에서 측정한 발은 형태와 치수에서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측정 기록에는 단순한 숫자뿐 아니라 측정 조건과 방법을 함께 남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좌우 발의 비대칭성(Left–Right Asymmetry) 역시 맞춤 제작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다. 사람의 양쪽 발은 길이와 너비, 발가락의 배열, 발등의 높이 및 아치 특성이 완전히 같지 않을 수 있다. 양발을 동일한 신발 호수로 분류한다고 해서 내부 공간에 대한 요구까지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좌우 발을 각각 측정하고 차이를 기록하면 기존 신골을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부분과 개별 조정이 필요한 부분을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3차원 발 스캐닝(Three-Dimensional Foot Scanning)을 통해 발의 입체적 형상을 디지털 데이터로 확보하는 방법도 활용되고 있다. 3차원 자료는 발의 외형을 여러 방향에서 살펴보고 주요 치수를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그러나 디지털 장비를 사용한다는 사실만으로 측정 결과가 자동으로 정확해지는 것은 아니다. 스캐너의 해상도와 보정 상태, 발의 자세, 체중 부하 조건 및 데이터 처리 방식이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측정 절차의 표준화가 필요하다.
 
발 계측 자료는 그 자체로 완성된 설계도가 아니다. 측정된 치수를 실제 신골의 형상과 신발 내부 공간으로 어떻게 전환할 것인지 판단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같은 길이와 둘레를 가진 발이라도 발가락의 형태나 뒤꿈치의 구조, 소재에 대한 요구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계측은 설계의 출발점이며, 설계는 다시 시착과 평가를 통해 검증돼야 한다.
 
수제화 기술자의 숙련된 손길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측정 자료는 제작자가 발의 형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도록 돕지만, 모든 발의 특성을 숫자 몇 개만으로 완벽하게 표현하지는 못한다. 정량적 계측과 현장 관찰, 착화 평가를 결합할 때 비로소 개인의 특성을 반영한 신발 설계가 가능해진다.
 
 
 
   ▲ 신골은 발의 복제품이 아니다.
 
 
 
◉ 신골 설계와 신발 적합성, 인체의 형태를 제화 구조로 전환하는 기술
 
수제화 제작에서 신골(Shoe Last)은 신발의 형태와 공간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신골은 갑피를 성형하고 신발의 외형을 구현하는 기준물이지만, 그 역할은 단순히 발의 모양을 그대로 복제하는 데 있지 않다. 발은 보행 중 체중을 받고 관절이 움직이며 형태가 변하는 구조인 반면, 신골은 신발이 일정한 형태를 유지하도록 돕는 제작상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골 설계에서는 발의 실제 치수와 신골의 치수를 구분해야 한다. 발의 길이와 너비, 둘레 및 높이를 측정했다고 해서 해당 숫자를 그대로 신골 치수로 옮기면 적합한 신발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신발의 용도와 디자인, 굽 높이, 갑피 소재, 안감과 보강재의 두께, 발가락의 움직임을 위한 공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의 형태계측 자료는 설계의 기준이 되고, 신골은 그 자료를 신발의 구조적 조건에 맞게 구현하는 매개체가 된다.
 
신발 적합성(Footwear Fit)은 발 길이와 신발 길이의 일치 여부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전족부 너비와 중족골두 둘레, 발등 둘레, 뒤꿈치의 고정성, 발가락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 등이 서로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신발 길이가 충분하더라도 전족부가 좁으면 압박이 발생할 수 있으며, 발등 공간이 지나치게 크면 발이 신발 안에서 움직일 수 있다. 뒤꿈치의 형태와 신발의 뒤축 구조가 적절히 대응하지 않으면 보행 중 미끄러짐이 나타날 수도 있다.
 
국제표준 ISO 19409:2022는 신골의 기본 치수를 측정하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이 표준은 신골의 여러 치수를 일관된 방식으로 측정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제시하지만, 신골의 치수가 실제 발의 해부학적 치수와 반드시 직접적으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신골의 치수는 신발의 구조와 용도에 따라 해석해야 하며, 실제 착화 상태에서의 적합성은 별도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신골 설계에서 특히 세심하게 살펴야 할 부위는 전족부와 발등, 뒤꿈치다. 전족부에서는 중족골두 주변의 너비와 둘레, 발가락 배열 및 신발 내부 공간을 검토해야 한다. 발등 부위에서는 발등의 높이와 둘레, 갑피가 발을 감싸는 방식이 중요하다. 뒤꿈치에서는 발의 형태와 신발의 뒤축이 어떻게 맞물리는지, 보행 중 불필요한 움직임이 발생하지 않는지를 살펴야 한다. 이들 요소는 서로 독립적이지 않으며, 한 부위의 조정이 다른 부위의 착화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가죽과 안감, 보강재 등 소재의 물성도 신골 설계와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가죽의 두께와 유연성, 늘어나는 특성은 완성된 신발의 내부 공간과 착화 상태에 영향을 준다. 동일한 신골을 사용하더라도 소재와 제작 방식이 달라지면 실제 착화감이 달라질 수 있는 이유다. 따라서 신골은 단독으로 평가하기보다 갑피 패턴과 소재, 밑창 구조 및 제작 공정을 포함한 전체 신발 시스템의 일부로 이해해야 한다.
 
개인 맞춤형 수제화에서 신골의 조정은 경험과 판단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다만 장인의 경험을 보다 체계적으로 축적하려면 어떤 치수를 기준으로 어느 부위를 조정했는지, 조정 후 착화 상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기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기록은 반복 제작의 정확성을 높이고, 제작 판단의 근거를 다음 작업에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신골 설계의 핵심은 발의 형태를 기계적으로 복제하는 데 있지 않다. 발의 형태적 특성과 신발의 구조적 조건 사이에서 적절한 대응 관계를 찾는 데 있다. 발을 측정하고, 그 결과를 해석하며, 신골과 패턴으로 전환하고, 실제 착화를 통해 다시 검증하는 과정이 연결될 때 맞춤형 수제화의 전문성이 구체화된다.
 
 
 
  ▲장인의 손기술에 과학적 설계를 더하다.
 
 
 
◉소재 선정부터 갑피 패턴과 라스팅까지, 맞춤형 수제화의 제작 원리
 
수제화의 가치는 숙련된 장인의 손기술과 소재를 다루는 감각, 세밀한 마감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개인 맞춤형 수제화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제작자의 경험과 더불어 발 계측 자료, 신골 설계 및 소재의 물성에 대한 이해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수제화는 여러 공정이 연결돼 완성되는 제품이며, 앞 단계의 판단이 뒤 단계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를 갖는다.
 
제작은 일반적으로 발 계측 자료를 검토하고 신골을 선정하거나 조정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신골이 결정되면 그 형상에 맞춰 갑피 패턴(Upper Pattern)을 설계한다. 갑피는 발을 감싸는 신발의 윗부분으로, 앞코와 측면, 발등, 뒤축 등 여러 구성 요소가 연결돼 완성된다. 패턴 설계에서는 신발의 외형뿐 아니라 발등을 감싸는 방식과 전족부의 공간, 봉제선의 위치 및 소재의 특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가죽의 물성은 패턴과 성형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가죽마다 두께와 신장성, 유연성, 표면 특성이 다르며, 같은 가죽이라도 부위에 따라 특성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소재를 선택할 때는 외관과 촉감만이 아니라 신발의 용도와 요구되는 구조적 특성을 검토해야 한다. 안감과 보강재 역시 갑피의 형태를 유지하고 내부 구조를 구성하는 데 관여하므로, 전체 설계와 일관된 기준으로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단(Cutting)은 패턴을 실제 소재로 옮기는 단계다. 패턴의 방향과 소재의 특성을 고려해 재단해야 하며, 좌우 구성품의 대응 관계와 봉제 여유도 정확하게 관리해야 한다. 이후 봉제(Stitching)를 통해 갑피의 각 구성 요소를 연결한다. 이때 봉제선의 위치와 간격, 실의 특성 및 장력은 완성된 갑피의 외형과 내구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발과 직접 접촉하는 부위는 내부의 돌출이나 불필요한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세심하게 처리해야 한다.
 
갑피를 신골에 씌워 형태를 잡는 공정은 라스팅(Lasting)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갑피는 신골의 형상에 맞춰 당겨지고 고정되며, 신발의 기본적인 입체 형태가 만들어진다. 라스팅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좌우 외형이 달라지거나 특정 부위의 공간과 장력이 설계 의도와 다르게 형성될 수 있다. 따라서 신골의 형상과 갑피 패턴, 소재의 신장 특성을 함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밑창 부착(Sole Attaching)과 굽의 설치, 가장자리 마감 및 표면 정리 역시 완성도를 좌우하는 공정이다. 밑창은 신발의 외형을 완성하는 요소인 동시에 지면과 접촉하는 구조이므로, 신발의 용도와 소재, 굽 높이 및 제작 방식에 맞게 설계돼야 한다. 다만 밑창의 특정 구조가 보행 기능을 개선하거나 신체 부담을 줄인다고 주장하려면 그 효과를 별도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제화 공정에서 과학적 접근은 장인의 손기술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각 공정에서 발생하는 판단을 보다 명확하게 기록하고, 제작 결과를 다음 작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발 계측 자료와 신골 조정 내역, 사용 소재, 패턴 수정 사항 및 시착 평가를 함께 기록하면 동일한 고객의 후속 제작이나 유사한 형태의 발을 위한 설계에 참고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도 이러한 과정을 보완할 수 있다. 3차원 발 스캔과 컴퓨터 보조 설계(CAD), 컴퓨터 보조 제조(CAM)를 연계하면 계측 자료를 디지털 형태로 관리하고 신골이나 패턴을 설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 도구가 도입됐다고 해서 모든 판단이 자동으로 정확해지는 것은 아니다. 입력된 자료의 품질과 설계 기준, 제작자의 해석 및 실제 착화 검증이 여전히 중요하다.
 
결국 수제화의 전문성은 손기술과 과학적 설계 중 어느 하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장인의 경험이 발의 형태와 소재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만나고, 그 판단이 계측과 기록, 제작 및 평가로 이어질 때 수제화는 더욱 체계적인 맞춤 제작 분야로 발전할 수 있다.
 
 
 
  ▲완성된 신발은 신어 본 뒤에 평가해야 한다.
 
 
 
◉착화 적합성·보행 관찰·피드백을 통한 개인 맞춤형 수제화의 검증
 
신발이 완성됐다고 해서 맞춤 제작의 과정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신골과 패턴을 정밀하게 설계하고 제작 공정을 세심하게 관리했더라도, 실제 발에 착용했을 때의 적합성은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발은 움직이고 신발은 발을 감싸는 구조이므로, 최종 평가는 정적인 외형만이 아니라 착화 상태와 보행 중의 반응을 함께 살펴보는 과정이어야 한다.
 
착화 적합성(Fit Assessment)을 평가할 때는 발가락 공간, 전족부의 압박 여부, 발등의 밀착 정도, 뒤꿈치의 고정성 및 신발 내부에서 발이 움직이는 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 신발을 신었을 때 발가락이 자연스럽게 놓이는지, 특정 부위가 과도하게 눌리는지, 걸을 때 뒤꿈치가 불필요하게 들리거나 발이 앞쪽으로 밀리는지 등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때 사용자가 느끼는 주관적 착화감과 제작자가 관찰하는 구조적 적합성을 함께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행분석(Gait Analysis)은 걷는 동안 나타나는 움직임을 체계적으로 관찰하고 측정하는 방법이다. 보행 속도와 보폭, 발의 지면 접촉 양상, 신체의 균형 및 좌우 움직임 등을 살펴볼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영상 분석이나 족저압 측정 장비를 활용할 수 있다. 족저압 분석은 발바닥의 하중 분포를 확인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압력 수치 하나만으로 신발의 적합성이나 특정 질환의 유무를 판단할 수는 없다. 측정 조건과 사용 장비, 보행 속도 및 개인의 특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착화 평가에서 중요한 원칙은 관찰과 해석을 구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전족부에 압박감을 호소한다면 우선 압박이 발생하는 위치와 상황, 신발을 착용한 시간 및 보행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이후 전족부의 너비와 둘레, 발가락 공간, 갑피의 장력과 소재 특성 등을 검토해 원인을 추정할 수 있다. 특정 부위의 불편감만을 근거로 신골의 한 부분을 무조건 넓히거나 소재를 바꾸기보다는 여러 요인의 관계를 살펴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뒤꿈치가 들리는 현상 역시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뒤꿈치의 형태와 신발의 뒤축 구조, 발등을 감싸는 방식, 갑피의 소재 및 전체적인 신발의 크기가 함께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착화 상태를 평가할 때는 하나의 현상을 단일 원인과 곧바로 연결하기보다 가능한 원인을 검토하고, 수정이 필요한 요소를 구분해야 한다.
 
수정과 재평가의 과정은 맞춤형 수제화의 중요한 특징이다. 첫 시착에서 확인한 내용을 기록하고, 필요한 부분을 조정한 뒤 다시 착용해 결과를 확인한다. 이때 어떤 부위를 얼마나 조정했는지, 사용자의 느낌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행 중 관찰 결과에 변화가 있었는지를 기록하면 제작 과정의 재현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착화감은 개인의 주관적 경험과 활동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모든 사용자에게 동일한 평가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또한 수제화 제작과 의료적 평가의 역할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신발의 착화감과 구조적 적합성을 평가하는 일은 제화 분야에서 수행할 수 있지만, 지속적인 통증이나 감각 이상, 보행 기능의 뚜렷한 변화 등 의학적 평가가 필요한 문제가 있다면 관련 의료 전문가의 진료가 필요하다. 맞춤형 신발이 모든 발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특정 질환을 치료한다고 단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완성된 신발의 가치는 제작자의 의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실제 착화 환경에서 발과 신발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확인하고, 사용자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필요한 부분을 조정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계측과 설계, 제작, 시착 및 수정이 하나의 연속된 체계로 이어질 때 맞춤형 수제화의 품질을 보다 객관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족부학은 발의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기 위한 지식을 제공하고, 생체역학과 형태계측은 그 지식을 관찰과 측정의 언어로 전환한다. 신골 설계와 제화 기술은 그 자료를 실제 신발로 구현하며, 착화 평가는 제작 결과를 다시 검증한다. 이 다섯 과정은 서로 분리된 단계가 아니라 하나의 연결된 흐름이다.
 
좋은 수제화는 단지 발에 맞게 만들어졌다는 설명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발의 특성을 이해하고, 설계 근거를 기록하며, 실제 착화 결과를 확인하고, 필요한 부분을 개선하는 과정이 반복될 때 맞춤 제작의 의미가 구체화된다. 발을 이해하는 일에서 시작해 착화 평가로 이어지는 체계적 접근이야말로 개인 맞춤형 수제화가 추구해야 할 전문성의 기반이다.
 
 
〔mailnews7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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